피임은 인류의 오랜 숙제였습니다. 기원전 1500년경 고대 이지트 사람들은 피임을 위해서 악어의 똥을 사용했습니다. 그 성분들이 정자를 죽인다는 생각에서였습니다. 오늘날 약 10억 명의 여성들은 피임을 위해서 경구 피임약을 먹고 있습니다. 가장 안전하며 가장 손쉽기 때문인데요. 그러나 경구 피임약의 역사는 길지 않습니다. 오늘은 경구 피임약에 대해서 알아보겠습니다.
경구 피임약의 시작
경구 피임약은 오스트리아의 생리학자인 루트비히 하버란트가 쥐에서 쥐의 난소 성분을 먹인 결과 피임효과가 있음을 발견하고 피임약의 가능성을 소개한 1921년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12mg의 에스티리올(여성호르몬)을 추출하기 위해서는 돼지가 8만 마리나 필요했던 당시 기술이 문제였는데요.
하지만 이마저도 하버란트다 1932년에 사망하고 히틀러가 오스트리아를 정복한 후 함께 연구하던 의사들이 실종되며 멈춰버리고 말았습니다. 하지만 피임법에 대한 고민과 논의가 계속 이어졌습니다. 그 논의를 이어오던 사람 중 대표적인 인물은 마거릿 생어라는 사람인데, 생어는 어머니가 될 것인가 말 것인가를 자신의 뜻대로 선택하지 못한다면 어떤 여자도 자유롭다고 말할 수 없다고 주장을 했고, 그런 그의 신념은 여성의 피임과 그에 대한 권리 요구로 이어지며 사회적으로 피임 논쟁을 불러일으켰으며, 법정투쟁으로 1937년 '피임도 합법'이라는 역사적인 판결을 이끌어 냈습니다.
그러나 문제는 그 방법이었습니다. 피임이 합법이라도 방법이라는 게 여전히 이렇다 할만게 없었던 것이죠. 게다가 여성 스스로 주체적으로 피임을 결정하고 실행할 수 있는 방법은 그 당시에 실제로 없었습니다. 질을 세척한다든지 하는 방법을 빼면 배란 주기를 고려하는 자연주기법마저도 남성의 동의 여부에 달렸기 때문이지요.
피임약의 아버지 그레고리 핀커스와 동료들
마거릿 생어는 1952년 성호르몬 스테로이드 대사분야의 전문가였던 그레고리 굿윈 핀커스 박사에게 이상적인 피임법 개발을 의뢰했습니다. 핀커스는 자신의 연구팀과 함께 여성호르몬인 프로게스테론을 동물에 주사하면 배란이 억제된다는 이전의 연구결과에 주목했습니다. 그리고 주사라는 투입 방법의 번거로움과 상당히 비쌌던 프로게스테론의 비용 문제를 인식하고, 이를 입으로 먹는 알약으로 만든다는 창의적인 발상을 했습니다.
연구원 창과 임상실험이 가능한 의사 존 록이 함께 한 결과 50명의 여성에게 투약해 그중 단 한 명도 이 약을 복용하는 동안 배란을 하지 않았다는 결과를 얻었고, 그 결과를 1956년 초 세상에 발표했습니다. 그리고 1957년 생리불순 치료제로 미국 식품의약국(FDA) 승인을 거쳐 마침내 1960년 5월 9일 경구 피임약으로 승인을 받았습니다.
세계 최초의 경구피임약'에노비드(Enovid)'가 탄생한 것이죠.
새로운 환경에 인간은 대립한다
승인소식이 전해지자 사회는 찬성과 반대로 갈라졌습니다. 부작용도 우려했지만, 특히 기독교를 비롯한 종교단체의 발발이 거셌습니다. 피임이 낙태와 마찬가지로 '자연적인 수정과정을 간섭하는 것'으로 이는 신의 영역에 대한 모독이요, 도전이라는 주장이었습니다.
일부 페미니스트들도 반대편에 섰습니다. 경구 피임약으로 피임이 전적으로 여성의 책임이 됐다는 주장을 편 것입니다. 그러나 더 많은 사람들이 에노비드의 탄생에 환호했습니다. 에노비드는 승인 후 1년 동안 40만 명의 여성이 복용했으며, 이 수치는 다음 해에는 120만 명, 그다음 해에는 650만 명으로 증가했습니다.
주체적으로 자신의 삶을 계획할 수 있게 되자 여성들의 대학 진학률도 가파르게 상승했고, 1970년대 34%였던 여성의 고교 중퇴율은 2008년 7%까지 떨어졌습니다. 또 1960년대 후반부터 성해방과 여성해방운동이 본격적으로 시작되는 결과를 도출해 냈습니다. 여성학자들이 에 노비스의 탄생을 "남성의 협조 없이도 원치 않는 임신을 피할 수 있는 혁명적 사건"으로 평가하게 된 이유가 에노비드의 탄생에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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