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에는 다양한 결심을 하게 된다. 하지만 살아가다 보면 작정하고 우리의 자제력을 시험하는 듯한 날들이 찾아오기 마련이다. 여러 가지 목표를 다짐했지만, 주변의 환경으로 인해 그 결심이 무너지는 순간에는 우리는 의지력을 잃고 다시 반복된 행동을 하고, 다시 후회를 하게 된다. 하지만 이러한 의지력을 높여줄 수 있는 연구결과가 있다면 어떨까? 당장 알아보자!
당신은 어떤 스타일인가?
심리학자들은 의지력을 단기적인 유혹에 빠지지 않고, 상황에 맞지 않는 생각과 감정 또는 충동을 무시하는 능력으로 정의한다. 그런데 의지력은 사람마다 다른 것 같다. 어떤 이들은 자신의 행동에 대한 통제력을 쉽게 잃지 않고, 자신의 감정을 제어하며, 미루지 않고, 목표에 집중한다. 실제로 강한 의지력을 타고난 듯한 '운 좋은' 이들을 주변에서 본 적이 있을 것이다. 직장에서 비슷하게 고달픈 하루를 보낸 이후를 생각해 보자. 퇴근 후 당신이 계획한 운동을 포기하고 인스턴트 음식이나 영양가 없는 TV나 SNS에 매혹될 때, 운동과 같은 생산적 활동을 하는 지인이 있지 않은가?
고갈된 자아 = 최근까지의 트렌드였다.
최근까지 심리학계의 주류 이론은 의지력을 일종의 '배터리'와 같다고 보는 것이었다. 힘차게 시작한 하루. 하지만 우리가 생각과 감정, 행동을 통제해야 할 때마다 의지력이라는 배터리가 빠르게 소진된다는 것이다. 휴식과 재충전이 없다면, 이 배터리 내 에너지는 위험할 정도로 고갈된다. 인내심과 집중력을 유지하고 유혹을 물리치는 게 더 어려워지는 것이다.
이에 대한 실험실 연구는 이 가설을 입증하는 듯했다. 테이블에 놓여진 먹음직스러운 쿠키를 놓고, 일부 참가자들에게 먹고 싶은 충동을 참게 만들었다. 이후 참가자들에게 수학 문제를 풀게 했는데, 충동을 참은 이들은 의지력 고갈로 인해 끈기 있게 문제를 풀지 못했다. 충동을 억제하는 정신에 대한 프로이트의 설명을 끌어오면, 이 과정이 바로 "자아 고갈"이다. 이에 따르면, 자제력이 높은 사람들은 초기 의지력 비축량이 많겠지만 그들 역시 압박을 받으면 의지력을 소진한다.
연구에 따르면, 당장의 유혹을 물리치는 데 의지력을 발휘하고 나면, 이후 벌어지는 상황에 대한 의지력이 떨어질 수 있다
그러나 2010년 심리학자 베로니카 잡이 이러한 이론의 기반에 의문을 제기하는 연구를 발표했다. 이 연구에서 그녀는 자아가 고갈되는 것은 사람들의 기저 믿음에 좌우된다는 흥미로운 증거를 제시했다.
비엔나대학에서 동기부여 심리학을 가르쳐온 잡은 아래와 같은 내용으로 설문을 만들었다. 참가자들은 이 설문에 1(강력히 동의함)에서 6(강력히 반대함)의 척도로 평가했다. 유혹에 맞서야 하는 상황이 거듭되면, 유혹에 저항하는 것은 점점 더 어려워진다. 격렬한 정신적 활동은 내가 가진 정신적 자원을 고갈시키기 때문에, 재충전이 필요하다. 만약 조금 전 강력한 유혹을 물리쳤다면, 나는 더 강해져서 새로운 유혹을 견딜 수 있을 것이다. 정신적 스태미나는 스스로 에너지를 공급한다. 정신적 분투를 마친 후에도, 이러한 노력을 계속할 수 있다. 앞의 두 진술에 더 많이 동의하면, 의지력을 '제한된' 것으로 보는 사람이다. 반면 뒤에 나온 두 가지 진술에 더 많이 동의하는 사람은 의지력을 '제한되지 않은' 것으로 보는 것이다.
이렇게 분류한 뒤, 잡은 참가자들의 정신적 집중도를 측정하는 표준 검사를 진행했다. 의지력이 얼마나 남아 있는지에 따라 결과가 달라진다고 알려진 학계의 표준 검사였다. 그 결과 의지력이 제한된 것이라 생각하는 사람에게선 정확히 자아 고갈 이론이 말하는 것처럼 행동하는 경향이 나타났다. 지루한 글을 읽으며 귀찮은 수정 작업을 하느라 집중력을 써버린 직후에는, 휴식을 취하고 난 후보다 훨씬 집중하지 못했던 것이다. 하지만 의지력을 제한되지 않은 것으로 보는 사람들은 자아 고갈의 징후를 보이지 않았다. 이들은 정신적 부담이 따르는 활동을 한 이후에도 집중력을 잃지 않았다.
아마도 참가자들의 의지력을 생각하는 방식이 자기 충족적 예언으로 작용한 듯하다. 의지력이라는 건 쉽게 고갈되는 것이라 믿는 사람들은 유혹과 산만함에 저항하는 능력을 빠르게 소진했다. 그러나 "정신적 스태미나는 저절로 채워진다"라고 믿는 이들에겐 그러한 일이 실제로 일어났다.
그 후 연구 조건을 변경한 뒤에도 비슷한 결과가 나오는 것을 확인했다. 그녀는 싱가포르 난양 이공대학의 크리슈나 사바니와 공동 연구를 진행했다. 이 연구에서는 의지력에 대한 믿음이 국가마다 다르게 나타났다. '의지력은 제한된 것이 아니다'라는 사고방식은 미국 학생들보다 인도 학생들에게 더 흔하게 발견됐던 것이다. 이러한 사고방식의 차이는 정신적 스태미나 검사 결과에도 반영됐다.
최근 몇 년 동안 일부 학자들은 자아 고갈에 대한 실험실 테스트의 신뢰성과 관련해 논쟁을 해왔다. 잡은 여기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의지력에 대한 사고방식이 실생활에서 많은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보여줬다. 그녀는 대학생들을 모아 하루 2차례 씩 자신의 활동과 관련된 설문을 진행했다. 이 설문은 참가자들의 일일 활동의 다양한 차이를 반영하기 위해, 간헐적으로 날짜를 지정해 총 2주를 채우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예상대로 참가자들에게 훨씬 많은 일이 일어난 날은, 참가자들이 피로감을 호소했다. 물론 참가자 대부분은 하루가 지나면 어느 정도 회복을 했다. 그런데 '의지력은 제한된 것이 아니다'고 생각하는 이들은 압박이 마치 기운을 북돋아 주기라도 한 듯, 다음날 더 높은 생산성을 보였다. "정신적 스태미나는 저절로 채워진다"는 믿음이 현실화된 것처럼 말이다.
이어진 연구는 의지력에 대한 수험생들의 사고방식을 통해 시험공부를 미루는 정도와 최종 성적을 예측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줬다. 의지력에 대해 제한되지 않은 관점을 가진 학생들은 시간을 덜 낭비했다. 압박감이 높아지자, 이들은 생활의 다른 영역에서 더 많이 절제할 수 있었다. 패스트푸드 섭취나 충동적 소비를 덜 했던 것이다. 반대로 의지력은 과중한 공부를 하다 보면 쉽게 고갈된다고 믿었던 사람들은, 패스트푸드나 충동적 소비에 빠져드는 경향이 더 컸다. 아마도 학업 때문에 자제력을 다 소진했다고 생각하는 듯했다.
의지력에 대한 사고방식은 건강 관리와 같은 다른 영역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예를 들어 미국 인디애나대학의 건강과학과 교수인 나빈 카우샬 팀은 이 사고방식이 운동 습관에 영향을 미칠 수 있음을 보여줬다. 의지력에 대한 제한되지 않은 믿음을 가진 사람들은 운동 동기를 더 쉽게 찾아낸 것이다.
프레이저밸리대학의 심리학과 교수인 조 프랜시스의 연구 결과도 놀라울 정도로 비슷하다. 3주 동안 300명 이상의 참가자들을 추적한 결과, 그녀는 제한되지 않은 사고방식을 가진 사람들이 제한된 사고방식을 가진 사람들보다 운동을 할 가능성이 높고 간식을 먹을 가능성이 적다는 것을 발견했다. 이러한 차이는 특히 오후에 두드러졌다. 자제력은 쉽게 소진된다고 믿는 이들에겐 오후가 당일의 과제가 타격을 주기 시작하는 시점이기 때문이다.
의지력 복돋아보기
이미 의지력을 무한한 것이라고 생각하는 독자라면, 이러한 연구 결과가 흐뭇할 것이다. 하지만 자기 통제력은 쉽게 고갈되는 것이라 생각하며 살아왔다면, 무엇을 할 수 있을까?
잡의 연구는 단순히 (짧고 손쉽게 접할 수 있는 글을 통해서라도) 이 새로운 연구 결과를 아는 것만으로도 단기적으로는 사람들의 믿음을 바꾸는 데 도움을 받을 수 있다고 말한다. 아는 것이 힘이라는 뜻이다. 그렇다면 독자들은 이 기사를 읽는 것만으로도 이미 정신적 스태미나를 키우기 시작했을 수 있다. 여기에 자신이 배운 것을 다른 이들에게 공유하면서 이를 강화할 수도 있다. 이 연구에 따르면, 정보를 공유하는 것은 자신의 사고방식 변화를 강화(이른바 "말하는 것이 믿는 것이 되는 효과" 현상)하면서 다른 사람들에게도 긍정적인 태도를 전파해 준다.
의지력의 무한한 본질은 어린 시절부터 배울 수 있다. 최근 스탠퍼드대학 및 펜실베이니아대학 공동 연구팀들은 어린이들을 위한 이야기 책을 하나 만들었다. 의지력을 발휘하는 활동은 의지를 소진하는 것이 아니라 에너지가 될 수 있고, 이를 훈련할수록 자제력이 성장할 수 있다는 생각을 담은 책이다. 연구팀은 아이들을 둘로 나눠 각각 이 이야기와 다른 이야기를 들려줬다. 그리고 향후 더 큰 보상을 위해 작은 것을 포기하는 '만족감 지연' 검사를 진행했다. 검사 결과, 이 이야기를 읽은 아이들은 다른 이야기를 들은 친구들에 비해 더 큰 자제력을 발휘했다.
사고방식을 바꾸는 효과적인 전략 중 하나는 순수한 즐거움을 위해 정신적으로 힘든 일을 했던 사례를 떠올리는 것이다. 다른 사람들은 힘들어했지만 자신은 만족스러웠던 일을 생각해 보자. 또는 피아노로 새로운 곡을 연주하는 법을 배우는 등의 취미 활동을 떠올리는 것도 좋다. 이런 취미 활동은 집중력을 요구하지만, 정작 하는 사람은 이것을 힘들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최근에 나온 한 연구는 이러한 기억을 떠올리는 것이 사고방식을 '의지력은 제한된 것이 아니다'는 쪽으로 자연스럽게 옮겨준다고 말했다. 기억을 떠올리며 자신의 정신적 스태미나가 어떤 것인지를 확인할 수 있다는 게 이유였다.
일상에서 간단히 활용할 수 있는 실험도 있다. 자신에게 더 많은 가능성을 보여주고 싶다면, 자기 통제 실험을 소소하게 해 볼 수도 있다. 간식 먹지 않기, 일할 때 소셜 미디어 보지 않기, 짜증 나는 사람을 좀 더 참아주기 등 삶을 원하는 방향으로 바꿔줄 수 있는 자기 통제 실험을 하는 것이다. 이를 통해 의지력이 성장할 수 있다는 것을 스스로 입증하고 나면, 다른 유혹이나 산만함을 보다 수월하게 물리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첫 술에 절대 배부를 수가 없듯이. 인내심을 가지고, 사고방식이 달라지는 것을 지켜봐야 한다. 이를 통해 생각과 감정, 행동을 다스리는 능력을 키우면, 우리가 하는 행동은 목표에 부합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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